동굴투어를 마친 우리 일행은 다시 배를 타고 하롱베이 만으로 이동했다.
이어진 투어 일정은 다름아닌 카약.
2인용 카약을 혼자 타도 되고 같이 타도 되는데 혼자 타긴 싫어서 룸메이트를 설득했지만 결국엔 실패.
혼자 1시간 넘게 2인용 카약을 혼자서 열심히 탔다.
외국인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출발하고 나 역시 크루즈를 떠나 혼자서 호기있게 섬 하나 돌고 오겠다고 열심히 노를 저었으나,
어느샌가 돌아보니 주변에는 나 혼자 뿐이었다.
다들 크루즈로 돌아가는 와중에 난 하롱베이만에 우두커니 있던 섬 하나 돌고 오겠다고 나섰던 게 문제였던 거 같다.
망망대해에 혼자 남겨지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했다.
섬 한 바퀴를 도는 와중이라 크루즈도 보이지 않아서 불안함이 더 가중됐다.
그래도 용기있게 섬 한 바퀴 돌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혼자 노를 저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새 섬 한바퀴를 돌아 크루즈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나도 모를 안도감이....
혼자 열심히 카약을 즐기고 돌아오니 날이 어둑어둑해 지고 있었다.
저녁엔 모두 함께 식당에 모여 디너를 즐기고 파티 후엔 끼리끼리 노는 분위기였다.
룸메이트랑 같이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나 해보려 했지만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폴란드와 독일에서 온 아가씨들이랑 저녁 내내 맥주 마시면서 포커를 쳤다.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다들 일을 하면서 중간중간 장기간 여행도 하고 휴가도 마음껏 즐기는 거 같았다.
한국의 꽉 막힌 직장문화와는 다른 자유로움.
항상 여행하면서 만난 이들에게 이와 같은 자유로움을 느낀다. 물론 서양이 특히 그 경향이 강하지만 동양권도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언젠가는 나도 프리랜서를 꿈꾸지만 지금 보기엔 아직도 먼 나라 얘기나 다름이 없다.
이번 여름 2달 간 여행작가학교 수업을 듣고 이 베트남 여행기를 쓰려고 보니 여행에 대한 기록이 너무 부족했다는 게 느껴진다.
하롱베이도 카약을 하던 순간 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마땅한 사진이 없다.
물론 그 시간들을 오롯이 즐겼지만 이제 그 기억들은 내 머리 속에만 남아있다.
여행에 대한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하려면 그 순간순간을 기록과 사진으로 남겨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많이 배웠다.
하롱베이에서의 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 되겠다.
물론 난 이날 밤, 포커 내기로 인한 과음으로 맥주를 몇 병 마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맥주를 거하게 마시고 기분좋게 방에 쓰러져 잔 것만이 내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다.
내가 묵었던 2인실 방. 에어컨도 빵빵히 나와 쾌적했다.
잘잤다. 이 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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